가족 동의 범위, 배우자·부모·자녀로 축소…2019년 3월 28일 시행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지난 2월부터 시행된 존엄사 제도가 의료현장의 현실에 맞게 내년부터 합리적으로 조정돼 무의미한 연명(延命)치료를 중단하고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을 수 있는 길이 더 넓어진다.


2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의식이 없는 환자의 불필요한 연명의료 행위를 중단하려고 할 때 동의를 받아야 하는 가족의 범위를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 전원'에서 '배우자와 1촌 이내 직계 존·비속(배우자·부모·자녀)'으로 축소하는 내용의 연명의료결정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2019년 3월 28일부터 시행된다.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은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임종기 환자가 연명의료를 중단하려면 ▲ 건강할 때 미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경우 ▲ 말기·임종기 환자가 직접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한 경우 ▲ '평소 환자가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았다'고 가족 2인 이상이 진술한 경우 ▲ 가족 전원이 동의한 경우 등 4가지 중 하나를 충족하도록 하고 있다.


이 가운데 '가족 전원 동의' 규정은 현실과 맞지 않게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를테면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 전원'의 동의로 된 현행 규정에 따라 80∼90대 고령 환자 연명의료를 중단하면 배우자·자녀·손주·증손주 등 모든 직계혈족과 연락해 동의를 받아야 하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 생겼다.


'가족 전원'을 불러모아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이 중에서 한두 명의 직계혈족만 연락이 닿지 않아도 불필요한 연명의료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복지부는 이처럼 연명의료 중단에 관한 합의가 필요한 환자 가족의 범위를 줄이는 것과 함께 중단할 수 있는 연명의료도 훨씬 확대해 내년 3월 28일부터 시행한다.


현재 중단하거나 유보할 수 있는 연명의료는 치료 효과 없이 환자의 생존 기간만 연장하기 위해 시도하는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투여 등 4가지 의료행위뿐이다.


복지부는 중단할 수 있는 연명의료를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정해 임종기에 접어든 말기 환자의 무의미한 생명만 연장할 뿐인 각종 의료시술을 중단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복지부가 현재 검토 중인 연명의료 중단 대상 시술로는 체외생명유지술(심장이나 폐순환 장치), 수혈, 승압제 투여 등의 의학적 시술이다.


이른바 '존엄사법' 시행 후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기로 한 환자가 2만명을 넘어섰다. 연명의료로 단지 목숨을 유지하기보다는 자연스러운 죽음의 과정에 이르는 쪽으로 임종 문화가 서서히 바뀌고 있다.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이 지난 2월 4일 본격 시행된 후 임종기에 접어들어 더는 회복할 가능성이 없는 상태로 빠져들자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환자는 지난 10월 3일까지 2만742명에 달했다.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8개월 만이었다.


연명의료 중단 및 유보환자를 성별로 보면 남자 1만2천544명, 여자 8천198명이었다.


구체적으로 미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등록해뒀다가 회복 불가능 상황에 부닥치자 연명의료를 중단한 환자가 154명(0.7%)이다.


또 연명의료계획서를 써서 연명의료를 중단한 환자는 6천836명(33.0%)이었다.


미처 연명의료계획서를 쓰지 못한 채 임종기에 들어서는 바람에 환자의 의향을 확인하기 어렵게 된 환자 중 환자가족 2명 이상의 일치된 진술이나 환자가족 전원의 합의로 연명의료를 중단한 경우는 각각 6천224명(30.0%), 7천528명으로 전체 연명의료 중단 환자의 66.3%를 차지했다.


아직은 환자의 의향보다는 가족의 뜻에 따라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sh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8/11/25 06:00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