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75세 이상 노인 대상으로 ‘건강 주치의 제도’ 시행

[아시아타임즈=김형근 기자]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노인의 건강과 삶의 질에 대한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가운데 서울 성북구(구청장 김영배)가 보건·의료·복지 자원을 통합한 ‘건강 주치의 제도’의 본격 시행에 나섰다.

그동안 건강관리서비스의 주체가 없고, 민간의 의료서비스와 공공 보건·복지서비스가 분절적으로 제공되었던 것을 전국 최초로 연계·교류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커다란 관심을 끌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7년 8월 현재 65세 이상 인구가 처음으로 14%를 넘었다. 이런 추세라면 2025년에는 20%를 넘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 성북구도 전국 평균보다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 빈곤, 소외, 실업 등의 문제에 무방비상태로 놓인 노인이 절대적으로 많다.

성북구는 2017년 6월 '지역사회중심의 건강주치의 제도'를 역점사업으로 채택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이러한 문제의 해결방안을 모색 해왔다. 민관 협력과 합의에 의한 제도 도입을 위해 성북구의사회, 보건·의료·복지 등 분야별 전문가, 그리고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민관운영협의회(위원장 이종구, 서울대 의대 교수)를 구성·운영하는 한편,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건강사회교육센터 연구팀과 모델을 개발해 왔다.

12월에는 다양한 계층의 시민 120여명이 모여 열린 정책 토론회를 개최하고 어르신·보호자·의사·방문 간호사·사회 복지사 등을 대상으로 인터뷰와 설문조사를 진행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제도에 반영했다.

지난해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전체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했다. 게다가 고령층 대부분은 전체 지출의 4분의 1 이상을 의료비로 지출하고 있다. 주거비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때문에 빈곤층 노인은 몸이 아파도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해 고독사나 자살에 내몰리기도 한다. 실제로 2016년 한국인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28.4명으로 전 세계 4위,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 자살자 중 1위는 65세 이상의 독거노인으로 자살 원인의 대부분은 경제적 문제, 건강 문제, 외로움이었다.

초고령사회를 대비해 국민의 ‘건강권’을 보장하고, 보건의료 환경을 혁신해 국가와 개인의 의료비 지출 부담을 감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의료 쇼핑, 대형병원 편중, 경쟁적인 환자유치, 과잉진료, 질병예방과 건강관리 영역의 소외 등 시급한 과제가 많다. OECD도 한국의 기존 보건의료체계의 한계를 지적하며 보건의료체계의 재설계를 권고한 바 있다.

우리나라는 건강관리서비스 제공 주체가 없다. 예방적 건강관리는 말할 것도 없고 아픈 증상이 나타났거나 이미 질병에 걸렸을 때 개인이 알아서 병원을 찾아가는 구조다. 성북구가 추진하는 건강주치의 제도는 이러한 구조를 개선해 개개인의 건강을 포괄적이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데 집중한다.

이 경우 건강문제 조기 개입, 질병 예방, 건강의 유지·관리·증진을 도모하고, 필요시 전문 또는 상급의료기관으로 적절한 의뢰·조정을 통해 건강수준은 향상시키고 비합리적인 의료비용은 감소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즉, 아프기 전부터 건강관리를 받는 ‘사람 중심’의 전인진료를 추구한다.

성북구는 우선 75세 이상 취약계층 어르신 1000명을 대상으로 시작한다. 20개동 주민센터의 복지 플래너와 마을간호사가 단전·단수, 건강보험 체납 등 의료·경제적 위기 등으로 추정되는 복지사각지대 어르신을 집중 발굴하고 있다. 대상 어르신은 제도에 참여하는 가까운 동네의원 중 원하는 한 곳을 선택하고 1년 단위로 (재)등록하면 된다.

그동안 민간의 의료서비스와 공공의 보건·복지서비스는 연계·교류되지 못했다. 그러나 성북구 건강주치의 제도는 전국 최초로 보건·의료·복지를 통합한 포괄적 케어를 제공한다. 일차의료기관 의사(건강주치의), 보건소의 전담간호사, 동 주민센터의 사회복지사(‘찾동’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복지플래너)가 팀을 이루어 노인의 신체적·정신적·사회적·경제적·환경적 요소를 공동으로 평가하고 관리 계획을 세워 지속적이며 포괄적인 케어를 제공하는 구조다.

이러한 협업 방식은 의료서비스와 보건소의 각종 프로그램·사업의 연계, 다양한 복지자원의 지원·연계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뿐만 아니라 대상자의 신체적·정신적·사회적인 포괄적 접근까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고령사회에서 노인의 의료, 보건, 복지 욕구는 엄밀히 구분하기 어려운데 연속적이며 효율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 받는다.

김영배 성북구청장은 "일차의료기관이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교육·연구 부분에 대한 지원 환경도 필요하다”며 “이 시대의 화두는 지역사회중심 건강주치의 제도가 될 것으로 예상되며 우리 구만 아니라 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널리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