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보다 평균 10년 더 사는 아내를 배려해서 노후준비를 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왔다.

국민연금공단에서 노후설계 전문강사로 활동하는 이중일 과장은 계간지 ‘국민연금’(2014년 겨울호)에 실은 ‘노후 준비의 기본 원칙’이란 글을 통해 이같이 충고했다.

이 과장에 따르면 ‘호모 헌드레드(homo hundred)’, 즉 100세 인간이란 용어가 등장할 정도로 100세 이상의 장수가 보편화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 실제로 유엔의 ‘세계인구고령화’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100세 이상 인구는 45만명에 달한다. 한국도 2013년말 기준 100세 이상 인구가 1만4000여명에 이른다.

노년은 사회적 제약이나 책임감에서 청년이나 중장년층보다 상대적으로 자유롭기에 체계적으로 준비한다면 청춘 못지않게 인생의 가장 보람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안정된 노후생활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길고 긴 여생은 감내하기 어려운 고통일 뿐이다.

이런 100세 장수의 위험은 남자보다 여자가 더 크다. 2011년 통계청 생명표를 보면 우리나라 고령자의 기대여명은 남성 77.6세, 여성 84.5세로, 여성이 남성보다 7년 가령 더 길다. 여기에다 일반적으로 아내가 남편보다 평균 3살가량 나이가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성은 나이 들어 배우자를 잃고서도 평균 10년은 더 살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럼에도, 현재 우리나라 은퇴준비 실상을 보면, 남성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은행의 ‘2012년 가계금융·복지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40세 이상 연령층에서 성별 노후준비 비율을 보면, 남자는 73.5%에 달하지만, 여자는 50.3%에 그쳤다. 여성의 노후준비가 취약하다는 말이다.

이중일 과장은 “10년은 혼자 살아야 하는 아내를 위해 재무적 부분에서 국민연금에 가입하도록 하는 등 최소한의 노후준비를 반드시 해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남편이 재산을 모아서 사후 목돈을 아내에게 남기더라도 자녀가 필요하다고 달라고 하면 고스란히 내줄 수밖에 없는 처지인 만큼, 아내가 이런 무방비 상태에 내몰리지 않도록 사전에 미리 조치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노후 여가활동을 계획할 때 아내의 입장을 먼저 고려하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흔히 남편위주로 남편이 하고 싶은 여가활동에 치중하곤 하는데, 아내는 아내가 하고 싶은 여가생활이 있는 만큼 아내의 취향을 반영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는 것.

노후 거주지역을 선택할 때도 아내와 사전에 아무런 의견 조율 없이 느닷없이 농촌으로 내려가겠다는 식으로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여성은 주변과의 사회적 관계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만족하는 경향이 강한데, 갑자기 귀촌·귀향하거나 해외로 이주하게 되면, 그간 형성한 모든 관계가 단절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부부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으니, 노후 주거지는 다른 무엇보다 신중하게 골라야 한다고 충고했다

박찬균 기자 [블로그/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