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에게만은 간단한 질병이 아닌 우울증


  현대인에게 우울증은 더 이상 떼려야 뗄 수 없는 증상이다. 전문가들은 감기처럼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질병이 우울증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노인에게 우울증이란 그리 간단한, 감기 같은 존재가 아니다.
  노인 우울증의 유병률은 전체 노인 인구의 10~15%이며 우울증상을 호소하는 비율은 전체 노인 인구의 약 27%이다. 노인 우울증을 간과해서 안 되는 데에는 주변인들의 인식에서도 나타난다. ‘나이 먹으면 뭐 재미있는 것이 있나’하는 식으로 증상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임상에서 진단이 덜 되고 실제 치료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 셈.

  우울증은 우울감, 의욕저하, 흥미저하, 수면 장애 등이 2주이상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주 증상으로 한다. 다양한 인지 및 정신, 신체 증상을 일으켜 일상생활의 기능 저하를 가져오기도 한다. 그래서 우울증은 일시적인 우울감과는 다르게 개인적인 의지로 극복하기 힘들다.


치매와 또 다른 노인 우울증


  노인 우울증은 일반적인 우울증과는 다른 독특한 특징을 보인다.


  첫째, 대개 우울하다고 이야기하기 보다는 복통, 두통, 관절통 등 신체 증상이 강한 가면 우울증(masked depression)을 보이며 건강에 대한 염려로 그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둘째, 집중력 저하 및 기억력 저하를 보여 치매가 아니면서 치매와 유사한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우울증에 의한 인지 저하를 가성 치매(pseudodementia)라고도 하며 이것은 알츠하이머병이라고도 불리는 진성 치매(truedementia)와 감별이 필요하다.

  셋째, 망상이 현저하게 나타나는 정신병적 양상을 보일 수 있다. 망상의 주된 내용으로는 죄책감, 허무주의 피해망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넷째, 상당 부분이 신체적인 원인을 갖고 있다. 뇌졸중 후에 약 20~60%의 환자에게서 우울증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별히 뇌졸중 증상이 없는 노인에게 뇌MRI 촬영을 해보면 소규모의 다발성 뇌경색이나 미세혈관 순환장애로 인한 주위 뇌조직의 변화가 흔히 관찰된다. 이렇게 소규모의 뇌병변이 동반된 상태에서 우울증이 발생한 경우를 혈관성 우울증이라고 한다.
  또한 노인 환자들은 각종 질환으로 인해 복용하는 약이 많기 때문에 약물의 영향으로 인해 우울증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고려해 보아야 한다.
  노인에게 우울증이 생기면, 노인이 독립적으로 하던 기본적인 일상생활마저 가족들이 돌봐 주어야 하는 등 가정적, 사회적 부담이 증가된다. 또한 우울증은 심근경색등 각종 신체질환을 유발하고 악화하는 요인이 되어 신체적 건강까지 나빠지게 된다.
  우울증이 심각해지면 노인 자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실제로 우울증으로 인한 노인 자살률은 일반 인구에 비해 약 3~4배에 달하는 등 매우 높은 편이다.


평소 매우 꼼꼼하고 완벽한 성격을 지닌 70대의 어르신. 어느 날부터인가 소화가 안되고 속이 더부룩해 병원을 찾았지만 의사로부터 신경성이라는 이야기만 들었다. 위장약을 먹어도 나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가슴이 꽉 막힌 느낌만 더해질 뿐이었다. 만사가 귀찮고 모든 일이 부정적으로 느껴지기도 했다. 연령을 불문하고 남녀노소가 공감하는 이 증상은 바로 우울증의 대표적인 징표이다.



우울한 노인의 마음을 치유하는 것은


첫째, 술, 담배를 멀리하고 규칙적인 생활과 꾸준한 운동을 통해 신체적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 노인 우울증은 신체적 질환과 동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평소에 건강을 돌보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사회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노인이 되면 상실을 경험하게 되면서 우울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종교 활동, 가족모임, 친목활동 등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우울증 예방에 도움이 된다.


셋째,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한다. 복지기관, 노인 대학, 평생교육 등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취미 생활을 하고 재취업, 자원봉사 등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삶에 대한 인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글. 이선구 교수(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