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로 접어들면서 ‘삼복더위’도 절정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연중행사로 국경일과 각종 기념일 외에 24절기가 있고 여기에 더해 설날, 추석을 비롯한 세시 풍속과 ‘잡절’이 있다. 잡절에는 ‘한식‧단오‧초복‧중복‧말복‧칠석‧백중’ 등이 있는데 이중에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건 역시 ‘삼복’(三伏)이다.


 복(伏)자는 사람이 개처럼 엎드려 있는 형상으로, 가을철 금(金)의 기운이 대지로 내려오다가 아직 여름철의 더운 기운이 강렬하기 때문에 일어서지 못하고 엎드려 복종한다(屈伏)는 의미이다. 오행에서 여름은 불(火)에 속하고, 가을은 쇠(金)에 속하는데 여름의 더운 기운이 가을의 서늘한 기운을 제압하여 굴복시켰다는 뜻이다. 
 

 삼복은 중국 진(秦)나라 때부터 시작됐으며 일 년 중 무더위가 가장 기승을 부리는 시기여서 삼복더위라는 말이 생겨나기도 했다. 복날은 10일 간격으로 오기 때문에 초복과 말복까지는 20일이 걸린다. 해에 따라서는 중복과 말복사이가 20일 간격이 되기도 하는데 달을 건넜다 해 월복이라 부르고 올해가 이에 속한다.


 복날에는 몸을 보양하는 음식을 먹고 시원한 물가를 찾아가 더위를 극복했는데 이를 ‘복달임이’라고 한다.


 필자가 회장을 맡고 있는 경북 김천시 가메실경로당에서도 매년 복날에는 연중행사로 복달임을 한다. 하지만 회원 50여명을 소집하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이를 위해 떠올린 아이디어가 영화 상영이었다. 대한노인회 김천시지회의 도움으로 ‘국제시장’을 상영했고 많은 회원들이 모일 수 있었다.


 복날 한자리에 모인 회원들은 각박한 현실을 잊고 모처럼 안식을 취하는 듯 마음의 여유가 있어보였다. 영화 내용이 광복과 한국전쟁으로 인한 피난살이 등 격동의 시간과 60~70년대 식량난으로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보릿고개를 경험한 회원들의 인생여정과 같아서 숙연함과 감회가 새로웠다.


 영화 관람 후 회원들은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삼계탕, 떡, 수박 등을 나눠 먹으며 저마다 자식들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웠다. 명절과 어버이날만 챙기던 자식들이 이제는 복날도 챙긴다는 자랑이 쏟아진다.


 몇 년 전만해도 복날은 무심코 지나쳤던 자식들이 용돈을 부쳤다며 의기양양해 하는 회원들이 있는가 하면 자식들이 직접 방문해 청소도 해주고 낡은 가구를 바꿔줬다고 뽐내는 회원도 있다. ‘복날이 효도하는 날이네’라는 한 회원의 말에 식당은 웃음바다가 됐다. 비록 찜통 같은 날씨였지만 회원들은 바닷물에 발을 담근 듯 더위를 잊은 것 같았다. 



[출처 : 백세시대 http://www.100ss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