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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회사는 이제 노인들이 이끌어 갑니다."

2026년 전체 인구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 고령자인 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기업들의 노인 고용이 증가하고 있다. 만성적인 인력난을 지식 과 경험이 풍부한 고령자를 통해 해결하고, 노인들의 노후소득도 메우는 '윈윈' 구조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2013년 문을 연 정보기술(IT) 전문기업 에버영코리아는 55세 이상만 입사할 수 있는 노인 인력 전문기업이다. 2013년 30명 남짓으로 시작한 회사는 4개 센터와 직원 450명을 둔 매출액 7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온라인상의 유해 정보를 차단하고 개인정보 유출을 막는 IT 기업이지만 고령자들의 입사 경쟁률이 10대1에 달한다. 정은성 에버영코리아 대표는 "단순노동이 아닌 IT 분야에 특화한 새로운 시니어 고용모델"이라며 "성실한 근무 태도가 최대 장점"이라고 말했다.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가 급감하는 '인구절벽' 시대를 맞아 기업들이 노인 인력 고용에 눈을 돌리고 있다.

CJ대한통운이 2013년 시작한 '실버택배' 사업은 기업과 사회 모두에 이익이 되는 '공유가치창출(CSV)'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실버택배는 아파트나 지역 거점으로 화물을 운송하면 시니어 택배원이 화물을 분류해 인근 주택이나 아파트로 배송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현재 전국 70여 개 거점에서 500여 명의 노인 인력이 참여하고 있다.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은퇴한 장·노년층을 기간제 근로자로 채용해 임대주택 운영관리 보조와 입주민 서비스 업무에 활용하는 'LH 시니어 사원제'를 2010년 처음 도입해 호평을 받고 있다. 해마다 채용 인원을 늘려 올해는 1000명을 채용했다. 근로 조건도 좋은 편이다. 하루 노동시간 4시간, 주 5일 근무에 월 63만원의 급여를 받는다.

이 밖에 롯데마트, 강원랜드 등도 시니어 사원을 채용해 매장 관리는 물론, 벽화 조성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 그들의 능력을 활용하고 있다.

지은정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은 "이들 기업이 노인 인력을 채용하는 이유는 단순한 사회공헌 차원보다는 기업 이익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며 "노인 인력 공급과 기업 수요에 대한 서로 간의 오해가 일자리 미스 매치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인인력개발원이 전국 5인 이상 사업장 2000곳을 대상으로 노인 인력을 채용하는 이유에 대해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인건비 경감'(27%)이나 '기업 평판 관리를 위한 사회공헌'(7.9%)보다는 '우수한 업무 태도'(36.8%)와 '기술·지식 전수'(33.3%)를 꼽는 비율이 높았다. 특히 제조업과 2차 산업 분야에서 노인의 전문성을 찾는 비중이 높았다.

거꾸로 기업이 노인 인력 채용을 꺼리는 이유도 '노인의 역량·자질 부족'(7%)보다는 '적합한 직무가 없기 때문'(34.7%)이라는 응답이 주를 이뤘다. 또한 이들 기업의 경우 노인 고용 이후 성실성과 책임성, 기술 전수, 전문성 등에서 긍정적인 인식 변화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노인들이 높은 임금보다는 유연한 근로 형태와 노후 필요경비를 충당할 수준의 '적정한' 임금을 원해 기업 인건비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도 매력 요인으로 꼽혔다.

통계청 노인 실태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들의 월평균 희망소득은 73만2000원이다.
 
특히 월 100만원이 넘는 소득을 희망하는 비율은 70세를 넘어가면 8.9%까지 떨어진다. 주당 근로 희망시간도 20~29시간 수준의 파트타임을 원한다는 답변이 많았다. 이 경우 월평균 희망소득은 57만원 수준이다.

최성재 노인인력개발원 원장은 "시니어 고용은 노인의 노후소득 향상뿐 아니라 기업의 이익과 공유가치 창출 면에서 중요하다"며 "노인인력의 전문성과 적합 업종 선정을 통해 노인 채용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정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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