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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노인 빈혈은 건강 비상등

위·장 출혈 있으면 철 결핍성 빈혈 오며 위암·대장암 가능성도
내시경 검사 챙겨 받아야

  • 이병문 기자
  • 입력 : 2017.07.05 04: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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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입맛이 없어 식사를 잘 못하는 나이 든 부모님을 보며 "그러다가 빈혈 와요"라고 말하곤 한다.

빈혈을 어지럽다는 뜻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많지만 빈혈은 피, 특히 적혈구가 부족한 것을 말하는 것이고 빙빙 도는 어지러운 느낌과는 관계가 없다. 적혈구는 산소를 운반하는 역할을 하는데 적혈구가 부족하면 몸에 산소가 잘 공급되지 않는다. 유영진 인제대 상계백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빈혈의 증상은 몸에 산소가 부족해져서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에 숨이 차며, 운동할 때는 산소가 더 많이 필요해 숨이 더 찰 수 있다"면서 "빈혈이 생기면 머리도 아프고, 피로감도 느끼며, 어지러운 증상도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리를 하는 젊은 여성들은 매달 생리혈과 더불어 철분이 몸 밖으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철분결핍이 잘 나타난다. 게다가 몸매 관리를 위해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이라면 음식물로 섭취되는 철분 양도 부족해져서 철결핍 빈혈이 더욱 잘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에는 빈혈약이라는 철분제제가 도움이 된다.

그러나 노인의 빈혈은 다르다. 우선 빈혈은 노화 현상이 아니다. 오히려 폐경 이후의 여성은 월경을 하지 않기 때문에 철분이 빠져나가지 않아 철분 부족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폐경이 되면 월경 때문에 철결핍 빈혈이 생겼던 여성들은 오히려 빈혈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래서 폐경 이후의 여성이나 남성에서 생긴 철결핍 빈혈은 위나 장에서 피가 날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위나 장에서 피가 나도 조금씩 나면 대변에 피가 보이지 않아 전문가가 봐도 알기 어렵다. 또한 고령층은 위암이나 대장암과 같은 심각한 병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위내시경, 대장내시경과 같은 검사가 필요하다.

유 교수는 "노인 철결핍 빈혈 환자가 이러한 검사 없이 철분제제만 먹으면 큰 병을 놓칠 수 있다"며 "철분제제를 먹고 빈혈이 사라져 좋아졌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노인은 골수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서 백혈병으로 변할 수 있는 골수이형성증이라는 병도 젊은 사람보다 많이 생긴다. 또한 관절염, 당뇨병 등 다른 병이 있어도 약간의 빈혈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모든 병은 단순한 노화 현상이 아니고 원인을 밝혀내서 치료가 필요한 것들이다.

적혈구는 여유분이 있고, 적혈구가 부족하면 심장 등 다른 기관이 더 일을 해 보충하기 때문에 빈혈이 조금 있다고 당장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적혈구가 정상의 3분의 2로 줄어들어야 숨이 찬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따라서 증상이 없어도 혈액검사에서 빈혈이 발견된 노인은 몸에 심각한 이상이 있다는 신호일 수 있으니 철저한 검사를 해야 한다.

빈혈이 있는 노인들이 평소에 적극적으로 빈혈 치료를 받으면 급성 뇌경색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노인 건강의 중요한 단서가 되는 노인 빈혈은 혈액검사로 간단하게 진단할 수 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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