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가 봄철에만 기승을 부린다는 것은 이미 옛이야기가 됐습니다. 연초부터 서울을 비롯한 전국이 '겨울 미세먼지'로 비상입니다. 지난해 1분기 전국 미세·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 횟수는 130회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72%가 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겨울엔 온도가 낮아 대기순환이 잘 안 돼 미세먼지 농도가 짙은 공기가 낮게 깔려 건강에 더 위협적이라고 경고합니다.

◇ 겨울 미세먼지 극성, 왜?= 겨울에는 한반도 위쪽에 자리한 시베리아 고기압의 영향으로 러시아와 중국 지역으로부터 북서풍이 불어옵니다. 이 바람이 보통 한파를 몰고 오는데, 한파가 오면서 중국이나 북한 공업 지역 등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도 함께 남쪽으로 넘어옵니다. 이러다 남쪽의 이동성 고기압이 확대되면 남풍이 불면 날씨가 비교적 따뜻해집니다. 두 바람이 한반도에서 만나 기 싸움을 벌이면 대기가 정체됩니다. 대기 순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미세먼지가 지표면에 더 가까이 오래 머물면서 농도가 높아집니다. 한파 이후 날씨가 풀리면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되는 이유는 이 때문입니다.

또 겨울철에는 대기순환 자체가 어려워 지표면 부근에 미세먼지가 쌓일 확률도 커집니다. 일반적으로 지표면에서 멀어질수록 기온이 낮아지기 때문에 무겁고 찬 공기는 아래로 내려오고 가볍고 따뜻한 공기는 위로 올라가는 '대류현상'이 일어나야 하지만, 겨울철에는 반대로 고도가 높아지면서 기온이 올라가는 '역전층 현상'이 일어나 대기가 잘 순환하지 못합니다. 이렇게 대류현상이 줄면 미세먼지가 지표면 부근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어렵게 됩니다.

◇ 겨울철 바이러스 감염 유발= 미세먼지는 입자 크기가 10㎛(마이크로미터·1㎛는 100만 분의 1m) 이하 먼지로, 해로운 탄소류와 대기오염물질 등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미세먼지 중 입자 크기가 2.5㎛ 이하인 것은 초미세먼지로 분류됩니다.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는 초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습니다. WHO의 2004년 연구에 따르면, 초미세먼지가 10㎍/㎥ 상승할 때 사망률이 0.9% 증가하고, 호흡기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1.3%, 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1.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세먼지는 기도를 자극해 기침, 호흡곤란 등 다양한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것은 물론, 폐, 혈관, 뇌까지 침투해 동맥경화, 알츠하이머 등 치명적인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밖에 피부 속까지 침투해 접촉성 피부염을 일으켜 아토피, 여드름을 심화시키거나 눈에도 영향을 미쳐서 알레르기성 결막염, 각막염을 유발하기도 한다. 

인체에 유입된 미세먼지는 기도와 폐에 달라붙어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활동을 억제하는 체내 면역을 방해합니다. 겨울철의 경우 건조한 환경이 코점막과 기관지 점막을 마르게 해 다른 계절보다 더욱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쉽습니다. 

◇ 외출 시 'KF' 마스크 착용해야=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키려면 먼지가 심한 날에는 외출하지 않는 것이 상책입니다. 굳이 외출해야 한다면 마스크와 보호안경, 모자 등을 착용해 노출을 최소화해야 합니다.  

마스크는 의약외품으로 허가된 보건용 마스크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마스크 포장지에는 입자차단 성능을 나타내는 'KF80', 'KF94', 'KF99' 등의 등급이 표시돼 있습니다. 'KF'(Korean Filter)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증한 등급으로 뒤에 붙은 숫자가 클수록 더 미세한 먼지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KF80은 평균 0.6㎛ 크기의 미세입자를 80% 이상, KF94와 KF99는 평균 0.4㎛ 크기의 입자를 각각 94%, 99% 이상 걸러낼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미세입자 차단 효과가 클수록 숨쉬기가 어렵거나 불편할 수 있어 미세먼지 발생 수준과 호흡량 등을 고려해 적당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스크를 쓸 경우 얼굴에 완전히 밀착되게 착용하고 수건이나 휴지 등을 덧대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스크가 구겨지거나 세탁을 하게 되면 미세먼지 차단 기능은 상실되므로 하루에서 이틀 정도 사용하고 재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외출 후에는 샤워를 통해 머리카락 등 몸에 남아있는 미세먼지를 없애고 외출 시 입었던 옷은 깨끗이 털어 보관합니다. 특히 코와 입을 꼼꼼하게 씻고 수분을 섭취해야 합니다. 겨울에는 기관지 점막이 많이 말라있고 건조하면 훨씬 더 미세먼지나 바이러스에 취약해 수분 섭취를 많이 해서 기관지 점막을 촉촉하게 유지하는 게 좋은 방법입니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콘택트렌즈 사용도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미세먼지가 많은 경우 렌즈로 인해 눈이 건조해지면서 충혈과 가려움증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